로스쿨 캐릭터 분석, 내가 느낀 불편한 질문들
로스쿨 캐릭터 분석
로스쿨을 보기 전에는 솔직히 배우 라인업부터 눈에 들어왔다. 김명민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이미 반은 신뢰가 갔다. 이 배우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분위기를 만든다. 실제로 양종훈 교수 역할을 맡은 김명민은 말수가 많지 않은데도, 등장할 때마다 공기가 달라진다. 학생들을 바라보는 눈빛 하나에 경고와 기대가 동시에 담겨 있다.
처음 강의실 장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교수 수업, 실제로 들으면 숨 막히겠다.' 그런데 또 이상하게 한 번쯤은 그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 질문 하나 던질 때마다 학생들의 사고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류혜영이 연기한 강솔 캐릭터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처음에는 완벽주의에 예민하고, 주변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불안과 조급함이 어디서 오는지 조금씩 드러난다. 나도 예전에 시험이나 평가에 집착하던 시기가 있어서인지, 그 캐릭터를 보며 괜히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학생들 각자의 결이 다 다르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정의를 말하고, 누군가는 성공을 말하고, 누군가는 살아남기를 말한다. 연기 톤도 과하지 않고, 실제 로스쿨에 이런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친구랑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 이 드라마는 악역이 누군지 잘 모르겠어.
친구: 맞아. 다들 자기 논리가 있잖아.
이 말이 딱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선악으로 나누지 않고, 각자의 논리를 가진 인간으로 만들어서 더 몰입하게 된다.
배우들에 대한 인터뷰도 찾아봤다. 다들 대사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게 화면에서도 느껴진다.
내가 느낀 불편한 질문들
로스쿨은 사건을 다 설명해주지도 않고, 감정을 대신 정리해주지도 않는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보다 보면 계속 멈추고 생각하게 되는 드라마다. 이 판단이 맞는지, 저 선택은 정당한지. 특히 법을 배우는 사람들조차 같은 사건을 두고 완전히 다른 결론에 이르는 장면들이 인상 깊다.
이 드라마는 "법은 정의를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판단의 기준을 제공할 뿐이다. 그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사용할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기억에 남는 대사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법은 사람을 구원하지 않는다. 다만 선택을 기록할 뿐이다."
예전에 어떤 문제를 겪으면서 규정과 원칙만 붙잡고 있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에 더 깊이 와닿았다. 그때 나는 스스로를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질문들을 정리해 보았다.
- 내가 정의라고 믿는 기준은 무엇인가
- 상황이 바뀌어도 그 기준을 유지할 수 있는가
- 손해를 보더라도 지키고 싶은 원칙이 있는가
이 드라마는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진다. 그리고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불편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아쉬웠던 점을 굳이 꼽자면, 초반 진입 장벽이 조금 높다는 것이다. 용어도 많고, 전개도 빠르지 않아서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하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오히려 이런 밀도가 이 드라마의 장점이 된다.
로스쿨은 보고 나서 누군가와 꼭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드라마다. 혼자 보기엔 질문이 너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