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죽, 시판 이유식 다 해본 엄마의 결론
식기 하나 없는 채로 친정에서 급하게 시작한 이유식. 180일부터 이유식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sns 알고리즘을 통해 알게 된 그날은 우리 아기가 179일인 날이었다. 바로 다음날부터 이유식을 시작해야 했다.
이유식 시작은 친정에서 티스푼으로
이유식을 해야 한다는 인지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던 나를 SNS 알고리즘이 도와줬다. 180일부터는 엄마 뱃속에서 받아 저장해 둔 철분이 다 빠져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유식을 시작해야 한다는 글을 읽게 된 것이다. 하느님 천지신명님 삼신할머니 감사합니다!! 일주일 정도 친정에 머물던 기간이었는데 이유식 식기 단 하나도 없는 채로 친정에서 급하게 이유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요리라고는 몰랐던 나를 대신해 친정엄마가 쌀 미음을 만들어주셨고, 커피 먹을 때 사용하던 티스푼으로 우리 아기의 첫 이유식이 시작되었다. 3일까지는 쌀 미음을 몇 입 먹여보며 먹는 연습을 시작했다. 분유를 원체 안 먹던 아기라서 이유식도 잘 먹을 거라는 기대가 전혀 없었는데 의외로 너무 잘 받아먹었다.
큐브이유식에서 죽이유식으로 바꾼 이유
요즘 이유식방법 중 대세는 큐브이유식이다. 하나의 식재료를 삶거나 찌고 잘게 갈아서 큐브틀에 얼려두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쏙쏙 빼서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음식 재료 하나하나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고, 여러가지 맛의 큐브 중 원하는 것만 쏙쏙 빼서 다양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큐브이유식은 나에게 너무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내 지인의 집은 아내가 이유식을 만들고, 만드는데 사용한 모든 기구의 설거지는 남편이 하는데, 어느날 그 나마편이 실리콘 큐브틀 설거지가 너무 힘들어서 쌓여있는 설거지거리를 보고 울었다고 한다. 그 마음을 나도 십분 이해한다. 그러다가 밥솥으로 간편하게 죽이유식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되었고, 인터넷에서 자세한 방법을 검색하여 죽이유식을 시작했다.
완전 신세계였다. 너무 편하다. 죽이유식을 한 번 만들어서 밀폐용기에 담에 냉장고에 두면 3일은 먹을 수 있다. 죽이유식의 단점은 만들어진 하나의 메뉴가 끝이라는 점이다. 매 끼니를 같은 메뉴로 주기 싫으면 또 다른 조합의 죽이유식을 만들어 냉동시켜두고 끼니마다 번갈아 먹이면 된다. 왜 진작 이 편한걸 안했을까? 싶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죽이유식의 장점을 널리 전파하고 찬양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밥솥에서 무시무시한 굉음이 나면서 내용물들이 폭발하듯 쏟아져나왔다. 밥솥 바로 옆에 두었던 분유포트에까지 그 내용물이 들어가서 분유포트에서도 연기가 나면서 고장이 났다. 고객센터에 문의해보니 밥솥 내부의 고무패킹을 반년에서 1년정도 사용하면 바꿔줘야 하는데, 안 바꿔줘서 패킹 사이로 음식물들이 터져나온거라는 답변을 받았다. 아무튼 그 때 우리집 밥솥은 사망했고, 그렇게 좋아하던 죽이유식도 마감하게 된다.
시판 이유식을 위해 대여섯 군데 전화한 이유
나는 플라스틱 용기를 싫어한다. 특히나 아기가 먹을 음식이 플라스틱에 담겨있는 것은 허용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유리용기에 담겨있는 이유식을 찾았는데, 클레라는 브랜드였다. 하지만 또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뚜껑이 알루미늄이라는 점이었다. 뜨거운 음식이 알루미늄에 닿으면 안좋은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네이버 지도를 열어서 우리집 주변의 모든 이유식 가게에 전화를 돌렸다. 내가 유리반찬통을 들고가면 이유식을 담아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모두 안된다는 답변이었고, 단 한 곳에서 다시 연락을 준다고 했다. 다시 연락온 사장님께서 고민을 해봤는데 내가 하루 전에 반찬통을 미리 가져다주면 반찬통에 담아줄 수 있고, 다음날 다시 와서 내가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유리 반찬통이 배송중에 깨지거나 금이 가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불상사를 방지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집 바로 앞이라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차를 타고 꽤 가야하는 거리였기 때문에 나는 결국 클레 이유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클레 이유식 후기
내가 요리하지 않고, 설거지도 하지 않으면서 직접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식재료를 맛보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외출을 할 때도 바리바리 싸가지 않고 이유식 한 통만 쏙 빼가면 된다는 점이 삶의 질을 수직상승 시켜줬다. 나는 앞전 글에서도 언급했던 성분에 예민한 엄마다. 그래서 국내에 내가 알기론 유일하게 유리병에 담긴 이유식을 판매하는 클레 이유식을 선택했다. 뚜껑이 알루미늄인 점이 좀 찝찝하긴 했지만,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온라인으로 배송을 시켜먹었는데, 내가 계획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이유식을 미리 주문하지 않아 종종 모자란 경우가 생겼다. 이 때는 차타고 한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클레 이유식 매장에 직접 가서 구매했다. 매장에서 구매할 때 좋았던 점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은 저렴하게 할인 판매를 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아기가 먹을거라 뭔가 찝찝한 기분에 할인 상품은 안 샀는데, 어쩌다 한 번 먹여보기 시작하니 아무 문제가 없었고, 그 뒤로는 할인 상품이 있으면 무조건 구매했다. 그런데 이 할인 상품 인기가 많아서 품절된 날들도 종종 있었다.
클레이유식 유리병은 다회용으로 나온 것이라서 이유식이 끝난 지금까지도 유용하게 쓰고 있다. 설탕이나 소금 등 조미료를 넣어 보관하기도 좋고, 집근처에 잠시 나갈 때 물을 담아서 나가면 그렇게 간편할 수가 없다. 아기 물통은 분리해서 세척해야 할 것들이 많아 번거로운데 이유식 용기는 유리용기, 뚜껑이 끝이고 세척도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족하며 유용하게 사용하던 어느날 뚜껑에 뭔가 뭍어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알고보니 알루미늄 뚜껑에 녹이 낀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얼마전에도 그런걸 봤는데 그냥 설거지가 덜 된건가보다 하고 씻어내고 사용했던 기억이 났다. 아기한테 너무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었다. 이 튼튼한 유리병을 그냥 버리긴 아까워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뚜껑만 따로 구매가 가능했다. 실리콘재질과 플라스틱이 있었는데 실리콘은 세척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나는 플라스틱을 구매했다. 플라스틱을 정말 싫어하는 나이지만 이 정도는 눈감고 넘어갈 수 있었다. 아기 밥 소분용으로도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쓸 것 같다.
큐브, 죽, 시판 이유식 모두 다 경험해 본 결과 당연히 가장 추천하는 것은 시판 이유식이다. 간혹 이물질이 나오거나 함량 미달인 업체들이 뉴스에 나오곤 한다. 시판을 하려면 약간은 내려놓는 마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내려놓고 많이 편해지는 육아를 선택하는 것에 한 표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