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 먹는 17개월 아기 밥상
수백개의 옥수수 알알이 모두 변으로 쏟아져 나와서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경험을 하고 난 뒤, 옥수수가 전혀 소화가 되지 않는 식재료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날부터 아기 밥 먹이는 방식이 바뀌었다.
옥수수가 변으로 모두 쏟아져 나왔다
한 번은 옥수수를 쪄서 먹였는데 너무 잘 먹었다. 남편이랑 함께 옥수수를 버터에 볶아 먹다가 아기도 줬는데 어찌나 잘 먹던지.. 너무나도 행복했다. 하지만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 며칠 뒤까지도 수백개의 옥수수 알들이 모두 변으로 쏟아져 나왔다. 첫 날에는 많이 먹었는데 이 정도만 나왔으니 일부는 소화가 됐겠거니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몇 백개의 알들이 하나도 소화되지 않고 모두 변으로 나왔다. 이렇게 먹어봤자 소화가 하나도 안 되는 것을 눈으로 보니 이런 재료는 먹이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꼭 이런 것만 좋아하더라.. 당근도 마찬가지였다. 스틱으로 잘라서 주니 손에 쥐고 어찌나 야무지게 잘 먹던지.. 너무나도 흐뭇했지만 먹고나서 변을 보면 당근이 우수수 박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식재료는 최대한 먹이고 싶지 않지만 너무 안 먹는 날에는 이런 음식들의 도움을 받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예 안 먹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면서 말이다.
아기 밥은 요리가 아닌 원물 형태로 제공
나는 요리가 아니라 조리를 하여 아기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감자를 찌고 고기를 굽고, 계란을 삶아서 원물 형태로 먹이는 방식이다. 내가 요리를 잘 못 하는 것도 이렇게 먹이는 이유 중 하나이다. 큰 맘먹고 요리를 해도 다 태워서 아기가 못 먹게 만든 적도 몇 번 있다. 원물 형태로 먹여도 똑같은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니 잘 먹기만 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잘 먹지 않아서 문제가 되긴 하지만 말이다.. 하루 2끼는 고기를 먹이는데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번갈아 먹이는 편이고 나머지 한 끼는 계란, 아보카도, 감자, 단호박, 새우, 멸치 등을 먹인다.
새우 국물에 삼겹살 찍어주기
우리 아기가 요즘에 환장하고 잘 먹는 것이 바로 새우다. 삼겹살도 평소에 잘 먹기 때문에 삼겹살을 수육으로 삶아서 새우와 함께 줬는데, 삼겹살은 쳐다도 보지 않고 새우만 먹었다. 손이 그렇게 빠른 것을 처음 봤다. 이렇게 빨리 먹을 줄 아는 아기였어? 남편이 먹이는 시간이었는데, 삼겹살도 함께 먹여야 하니 삽겹살을 입에 넣어주면서 "새우! 새우!"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받아먹다가 속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고 한다. 그래서 또 머리를 써서 새우 국물에 삼겹살을 찍어서 "새우 새우!"하면서 먹였더니 계속해서 잘 먹였다고 한다. 잘 안 먹기 때문에 식사시간이 기분 30분 이상 넘어가는 아기인데 아주 빠르게 식사를 끝냈다. 하지만 나는 아기를 속이는 것 같아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아기들이 모를 것 같지만 알 건 다 안다. 나는 육아를 하면서 아기에게 절대로 없는 말을 하지 않고,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는다. 아기와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잘 안 먹는 아기를 키우는데는 에너지가 꽤 많이 든다. 먹이는 것을 포함하여 모든 육아를 할 때는 머리를 잘 써야 난이도가 확 낮아진다는 것을 여러번 체감했다. 남편이 새우라고 속여서 삼겹살을 먹이던 방식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남편이 머리를 써서 빠르게 먹인 것처럼 말이다.